267대 교황, 레오 14세: 발코니에 울려 퍼진 희망의 메시지
바티칸의 하늘 아래, 오랜 침묵을 깨고 흰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2024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의 염원과 기도가 응답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제267대 교황으로 레오 14세가 선출된 것입니다. 콘클라베의 문이 열리고, 새로운 교황이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성 베드로 광장은 환희와 감격으로 가득 찼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그러나 어쩌면 신의 섭리였을지도 모를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되짚어보고, 레오 14세의 삶과 그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예상을 뒤엎은 파격, 미국인 최초의 교황 탄생
미국인 최초의 교황이 탄생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것도 언론과 도박사이트 어디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 교황으로 선출되다니, 그야말로 파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그것도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또다시 교황이 배출되었다는 점은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레오 14세는 온건한 중도 진보 성향의 인물로, '조용한 개혁가'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 중 한 명으로서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지내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개혁 정책 추진을 조용히 도왔다고 합니다. 두 분 교황 사이의 관계는 매우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혹은 스승과 제자처럼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모습은 가톨릭 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합니다.
페루에서의 헌신, 빈민과 원주민을 위한 삶
레오 14세는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습니다. 1982년 이탈리아에서 사제로 서품된 후, 1985년부터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험난한 오지에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는 진정한 사랑과 봉사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특히 원주민 공동체와 빈민 구제를 위해 헌신적인 사목 활동을 펼치며 그는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희망을 심어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총장으로 두 번이나 선출된 것은 그의 리더십과 헌신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그는 단순히 종교적인 지도자를 넘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2015년 페루 시민권을 취득한 후에도 그는 여전히 페루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를 로마로 불러 추기경으로 임명하고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긴 것은 그의 능력과 헌신을 인정하고 앞으로 더 큰 역할을 맡기기 위한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환경, 빈곤, 이주민 문제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과 대중과의 만남을 강조하는 사목 방식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뒤를 이어 가톨릭 교회를 이끌어갈 인물로 레오 14세를 점찍어두었을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한 교황과 추기경의 관계를 넘어, 가톨릭 교회의 미래를 위한 깊은 고민과 헌신이 담긴 아름다운 동행이었을 것입니다.
개혁을 향한 조용한 발걸음, 여성의 역할 확대
교황 베네딕토 16세 시절, 레오 14세는 전 세계 주교 임명을 관장하는 ‘주교성성’의 위원으로 발탁된 바 있습니다. 이는 그의 뛰어난 식견과 판단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에는 주교 후보 지명을 심사하는 바티칸 사무국 위원 자리에 세 명의 여성을 임명하는 개혁 조치를 주도하며 그는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당시 조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요 가톨릭 개혁 중 하나로 꼽히며, 가톨릭 교회 내 여성의 역할 확대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콘클라베에서는 세속적인 글로벌 영향력이 있는 미국 출신이라는 점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해 미국 출신 교황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레오 14세의 경우, 페루 시민권자이고 페루에서 수십 년간 사목 활동을 해온 점이 교황 선출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더 이상 미국인이라는 굴레에 갇혀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페루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그들의 삶을 위해 헌신한, 진정한 의미의 세계 시민이었습니다. 또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좌하며 조용히 개혁 정책을 수행한 것도 고려되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바티칸 내 보수파와 개혁파의 반목과 불화를 중재할 인물로 평가된 것이 교황 선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레오 14세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입니다. 그는 분열된 가톨릭 교회를 하나로 묶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줄 적임자였던 것입니다.
신임 교황 레오 14세는 영어와 라틴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모두 6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그가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교황이 될 것입니다.
레오, 사자의 용기와 개혁의 의지
교황명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합니다. 레오 14세는 '레오 13세'를 잇는다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256대 교황 레오 13세(1878~1903)는 사회정의와 노동자, 빈민 구제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교황입니다. 1891년 산업혁명 시대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인식하고, 빈곤과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 국민을 위한 국가의 의무 등을 제시한 회칙 '레룸 노바룸'은 사회 교리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새 교황이 가톨릭의 사회 참여와 현대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 레오 13세의 뒤를 이어 '레오 14세'로 교황명을 지은 것은 레오 13세의 리더십과 강인함, 용기, 개혁의 의지를 본받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톨릭계에서는 교황 선출 전, 신임 교황이 개혁파일 경우 사회정의와 노동자 권리에 헌신한 레오 13세를 기려 '레오'를 즉위명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는데, 놀랍게도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레오 14세는 레오 13세의 정신을 이어받아, 더욱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는 가톨릭 교회의 문을 활짝 열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파할 것입니다.
발코니에 울려 퍼진 첫 메시지,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
이날 (현지) 오후 6시 8분께 콘클라베가 진행 중인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색 연기가 피어올랐고, 이어 종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콘클라베 개막 뒤 이틀 만이자, 투표 횟수로는 4번째였습니다.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로는 17일 만이었습니다. 2005년(베네딕토 16세)과 2013년(프란치스코) 콘클라베도 둘째 날 결과가 나왔었습니다. 투표 횟수는 각각 4차례, 5차례씩 진행됐었습니다.
새 교황은 오후 투표에서 133명의 추기경단 중 3분의 2인 89명 이상의 찬성 표를 얻어 새 교황으로 선출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흰 연기가 피어오른 것은 이날 오후 6시(그리니치 표준시 오후 5시, 한국 시간 9일 오전 1시)가 조금 지나서였습니다.
새 교황 레오 14세는 발코니로 나온 뒤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자들에게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라고 축복의 첫 발언을 했습니다.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였습니다. 그는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화해와 용서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제1대 교황 사도 베드로의 공식적인 후계자인 레오 14세는 앞으로 인류의 17%인 14억 가톨릭 신자들을 이끄는 영적 지도자 역할과 함께 세계 평화와 약자들을 돕는데 헌신하게 됩니다. 그는 가톨릭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봉사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한국과의 깊은 인연, 2027년 세계청년대회 서울 개최
레오 14세는 2년 후인 2027년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는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 8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WYD)에서 차기 2027년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해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2년 후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에 오는 역대 4번째 교황이 됩니다.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두 차례 방한했고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한국을 찾았습니다.
신임 교황 레오 14세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습니다. 2년 후 한국에 오면 4번째 방한(訪韓)이 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총장으로 일할 당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3차례 방한해 수도회 한국 공동체 자립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그는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의 가톨릭 공동체에 대한 애정도 남다릅니다.
레오 14세의 교황 선출은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의 리더십 아래, 가톨릭 교회는 더욱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공동체로 거듭날 것입니다. 그는 세상의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정의와 평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레오 14세의 발코니 인사는 단순한 취임 연설이 아닌, 희망과 용기, 그리고 사랑의 메시지였습니다. 그의 행보를 주목하며, 그의 메시지가 세상에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봅니다.
'행사, 이슈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남 시간 여행, 낭만열차를 타고 잊혀진 풍경 속으로~ (0) | 2025.05.11 |
---|---|
'귀궁', 육성재와 김지연 설레는 어부바 포착! (0) | 2025.05.10 |
3월 경상수지 91억 달러 쾌조의 흑자! 23개월 연속 질주!! (0) | 2025.05.09 |
5월, 힐링 여행지로 떠오르는 전남의 4곳 (0) | 2025.05.08 |
2025 서울드럼페스티벌, 노들섬을 뜨겁게!! (0) | 2025.05.08 |